청담·삼성 쪽 갤러리에서 연락이 오면 제일 먼저 여쭙는 것이 있습니다. "어떤 작품이 주로 걸립니까."
소파 이야기를 안 하고 작품 이야기를 먼저 묻는 이유는 하나입니다. 갤러리 벤치는 보라고 두는 물건이 아니라 안 보이게 두는 물건이라서입니다.
색이 강하면 작품을 먹습니다
벤치가 눈에 먼저 들어오면 실패입니다. 관람객 시선이 벽으로 가야 하는데 가구에 걸립니다.
- 채도가 센 색 — 벽에 걸린 색과 싸웁니다.
- 광이 나는 원단 — 조명을 반사해서 자꾸 눈에 띕니다.
- 큰 무늬 — 그 자체가 작품처럼 보입니다.
전시가 바뀌는 곳이면
기획전마다 분위기가 통째로 바뀌는 공간이 있습니다. 그런 곳은 아예 회색이나 먹색 계열이 안전합니다. 무엇이 걸려도 받쳐 줍니다. 베이지는 따뜻한 작품에만 맞습니다.
상설 전시라면 그 작품 색에 맞춰도 됩니다. 다만 몇 해 뒤 바뀔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해 두시면 됩니다.
상하는 자리가 다릅니다
관람객은 오래 앉지 않습니다. 잠깐 앉았다 일어섭니다. 그래서 좌판 가운데는 멀쩡한데 가장자리와 뒷면이 먼저 상합니다.
- 좌판 앞 모서리 — 걸터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합니다.
- 등판 뒤와 옆면 — 지나가며 스치고 청소기가 부딪힙니다.
- 바닥에 닿는 다리 쪽 — 바닥을 닦을 때 밀대가 칩니다.
가운데가 멀쩡하니 한두 면만 갈아도 새것처럼 보입니다.
조명 아래에서 고릅니다
갤러리는 조명을 공들여 짭니다. 작업장에서 고른 색이 거기서는 다릅니다. 그래서 조각을 그 공간에 두고 전시 조명을 켠 상태로 보십니다.
전시 일정에서 거꾸로
손님이 들어오는 공간이라 뜯어 놓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없습니다. 문 닫은 뒤에 들어가거나 가져가서 작업장에서 합니다.
전시 일정이 있으면 그 날짜부터 거꾸로 짭니다. 행사 전날에 끝나는 일정은 잡지 않습니다. 하루는 비워 둡니다.